제 지인 한 분이 작년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50대 중반인 그분은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다행히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해서 목숨은 건졌지만, 그 일 이후로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혈관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즐겨하는 수영이 혈관 건강에 어떤 도움이 될지 궁금해져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침묵의 살인자, 심뇌혈관질환의 실체
심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암 다음으로 많은 사망 원인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심뇌혈관질환이란 심장과 뇌의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을 총칭하는 말로,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뇌경색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부산 같은 노령화가 빠른 지역에서는 이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제가 겪었던 지인의 사례처럼 심뇌혈관질환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암은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치료 방향을 가족들과 상의할 시간이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돌발적으로 발생해서 심한 경우 급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이 질환을 '침묵의 살인자', '소리 없는 저승사자'라고 부릅니다.
이런 무서운 질환의 근본 원인은 바로 동맥경화증입니다. 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지방 성분이 쌓여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치 이를 닦지 않으면 치석이 끼듯이, 혈관에도 플라크라는 찌꺼기가 쌓이는 것입니다. 정상 혈관은 탄력이 있고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만,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은 마치 녹슨 수도관처럼 좁아져서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합니다.
혈관이 좁아지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뇌혈관이 막히면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뇌졸중이 옵니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면 움직일 때 가슴이 조이는 듯한 협심증이 생기고, 완전히 막히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심근경색이 발생합니다. 콩팥 동맥이 막히면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고, 다리 혈관이 막히면 궤양이나 괴사가 생기는 말초혈관질환이 올 수 있습니다.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5가지 적과 대응법
혈관 건강을 나쁘게 만드는 주요 위험 요인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중성지방, 복부비만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가 생기면 다른 것들도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고혈압은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혈압이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혈관으로 내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일 정도로 흔한 국민질환입니다. 문제는 고혈압 자체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본인이 고혈압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은 상태입니다. 포도당은 우리 몸의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혈관에 오래 머물면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를 촉진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10명 중 1명이 당뇨 환자이며, 당뇨를 모르고 지내다가 합병증이 생긴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지질 입자입니다. 적당량은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혈관에 쌓여 문제를 일으킵니다. 콜레스테롤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 HDL 콜레스테롤(고밀도 지단백): 혈관 속 기름때를 제거하는 '좋은' 콜레스테롤
- LDL 콜레스테롤(저밀도 지단백): 혈관에 기름때를 쌓이게 하는 '나쁜' 콜레스테롤
흥미로운 점은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에서 만들어지고, 음식을 통한 섭취는 20%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채식만 하는 분도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분해 효소가 부족하면 수치가 높을 수 있습니다.
중성지방은 물에 녹지 않는 지방으로, 설탕이나 알코올을 과다 섭취하면 체내에서 만들어집니다. 150mg/dL 이상이면 주의가 필요한데, 남성은 술, 여성은 탄수화물 섭취가 주된 원인입니다. 제 경험상 수영을 꾸준히 하고 술을 줄인 후 중성지방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로 판단하는데,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봅니다. BMI(체질량지수)가 정상이어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줍니다. 내장지방이란 복부 장기 주변에 쌓인 지방으로, 피하지방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더 높입니다.
생활 속 실천 가능한 혈관 지키기 7계명
혈관 건강을 지키려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이 세 가지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자녀의 성적표만 확인하지 말고, 자신의 혈관 건강 성적표도 챙겨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서는 '레드서클 캠페인'을 통해 전국 각 지자체에서 무료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채소와 과일, 잡곡류 중심의 식습관: 섬유질이 풍부한 사과, 토마토 같은 빨간 과일과 시금치, 당근, 브로콜리 같은 녹황색 채소
- 금연과 절주: 흡연은 혈관 건강의 최대 적. 술은 남성 기준 2잔, 여성 1잔(알코올 12~14g) 이내로 제한
- 짜고 기름진 음식 피하기: 흰 밀가루, 설탕, 흰 쌀밥보다는 통곡물과 잡곡을 선택.
-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저는 주 3회 수영을 하면서 혈액순환이 좋아지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 정기 건강검진: 연 1회 혈액검사로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
- 전조증상 인지: 가슴 통증, 호흡곤란, 한쪽 팔다리 마비,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 방문.
- 스트레스 관리: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적절한 휴식.
히포크라테스는 "무엇보다도 해를 끼치지 마라"고 했습니다. 좋은 것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혈관에 해로운 것을 먼저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빵, 떡, 과도한 술, 흰 밀가루, 설탕 등 혈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멀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혈관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혈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 지인의 사례를 보면서 느낀 건, 혈관 건강은 '관리의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혈관 관리를 소홀히 하면 돌발적인 질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고, 작은 생활습관 하나씩 바꿔나가시길 권합니다. 중성지방은 절대 배반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노력만큼 혈관도 반드시 응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