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넘겼던 신호, "단순 근육통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등이 아프기 시작했을 때는 누구나 그렇듯 큰일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피곤해서, 혹은 자세가 안 좋아서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스트레칭을 좀 하면 나아지는 것 같기에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통증은 서서히 일상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직장이 있던 거제도 근처의 신경외과를 찾았습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믿음이 갔습니다. 이 때 선생님은 "남들보다 스트레칭을 더 많이 하라"는 처방과 함께 근육이완제, 진통제, 그리고 비타민 수액을 놓아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약을 먹으면 통증 지수가 7에서 4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아, 이제 좀 살겠구나' 싶어 한두 달 병원을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완치가 아니라 잠시 고통을 잠재운 것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유명한 대학 출신 의사나 당장의 통증을 줄여주는 처방에 안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내 몸이 보내는 신호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피로 누적이 아니라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2. 의심과 오해로 놓쳐버린 기회, "MRI는 장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통증이 다시 쥐어짜는 듯 심해져 일어날 때마다 눈물을 흘릴 정도가 되었을 때, 지인의 소개로 부산의 한 유명한 류마티스 내과를 찾았습니다. 예약 환자가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제 체형과 상태를 보시더니 포도당 주사 치료를 권하셨습니다. 하지만 두세 번을 가도 차도가 없자,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젊은 사람이 노인들보다 안 낫는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MRI를 찍어보자"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 저는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하필이면 MRI 잘 찍는 병원을 소개해 주겠다는 말씀이 제 귀에는 '장사하려는 속셈'으로 들렸습니다. 결국 저는 그 제안을 무시하고 다시 예전에 가던 거제도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왜냐면, 그 때 통증이 줄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나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병세가 깊어진 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하던 곳의 사장님(이때 당시 화장품 거래처 지점장님)이 제 등을 마사지해 주시며 툭 던진 한마디가 제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이건 근육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도 제 상태는 심각했던 겁니다. 그제야 저는 비용과 번거로움으로 계속 미루었던 '정밀 검사 - MRI'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3. 척수 종양과의 대면, "정확한 원인을 아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거제도의 한 종합병원 정형외과에서 MRI를 찍었습니다. 처음엔 "젊은 사람이 왜 찍느냐"는 눈초리였던 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사진이 나오자마자 사뭇 진지하게 변했습니다. 제 척수 안에 커다란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호사의 실수로 조영제를 잘못 투여받아 두 번이나 촬영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분노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동그랗고 예쁜 모양이라 암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참 신기한 게 사람 마음입니다. 2016년 5월 25일, 동아대병원 정밀 검사 결과 "약물로는 안 되니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확진을 받자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원인을 모르고 헤맬 때는 통증이 지옥 같았는데, 이제 수술만 하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니 주말 내내 통증이 사라진 것 마음이었습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저는 깨달았습니다. 몸 어딘가 이상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한 원인 파악'입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치료가 가능합니다. 만약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면 그때 대체의학이나 다른 방법을 찾아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통증을 참고만 계신 분들이 있다면, 부디 저처럼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고 꼭 제대로 된 검사부터 받으시길 권합니다. 그것이 내 몸을 지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